내딛는 걸음 그때 그 단상

처음으로 상담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이력서에 빼곡히 적힌 내 20대는 그리 게을리 살지 않았고, 어느 집단에서도 열심히 일했고 사람들이 좋아해줬던 나는 별 문제없는 그냥 평범한 24살이다. 그런데 최근의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원하는 수준의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자신감이 없고, 주눅이 들어있다.
계속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해서 아프지 않을 리 없다.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낸 몇몇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돌아왔던 답변은 ‘다들 요즘 그래’였다. 그래서 그냥 몇 달 간 외면하고 지냈다. 항상 마음에 짐이 있긴 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굳이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늘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그렇게 2-3달이 지났다.


그리고 며칠 전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학교 선배와 만나 저녁 먹고 대화를 나누다 PD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선배는 내가 왜 준비를 그만뒀는지, 왜 자신감이 없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도중에 포기하는 것과 할 만큼 하고 그만두는 것은 다르다고 얘기했다. 그게 다르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1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것도 안다. 잘 알기에 그만두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만두고 난 후에도 갈피를 못 잡고 나는 매일 널뛰기를 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잔뜩 주눅이 들어 이야기 하다가 결국 집에 돌아와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잠에 들었다.



나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다음날 당장 학교 상담센터에 가서 접수했고 접수 상담이라고 하여 상담자가 내담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이것저것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고 상담 선생님과 그 원인을 찾아나가다 결국 눈물이 났다. 상담자는 우리가 평소에 이야기 하듯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식으로 대처를 했나요?’ ‘그때 그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라고 객관적인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며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런 반응들은 더 신뢰감을 주었고 나로 하여금 내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더 이야기하면 계속 울 것 같아서 이후에는 간결하게 대답했고 접수 상담이 끝난 후 심리검사를 하고 상담센터에 들어간 지 2시간 후에야 끝이 났다. 상담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것이 변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에서는 변하기 위해 계속 생각하고 행동하고 노력할 것이다. 상담은 꾸준히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움을 받는 거겠지. 지난 몇달 간 지루하게 가라앉았던 나에서의 변화를 향해 내딛는 걸음이다.





내일이면 그가 돌아온다. 봄의 끝자락에 처음 만나 여름의 끝 무렵 다시 만난다. 그가 참 많이 그리웠다. 날 바라봐주는 다정한 눈빛도, 어린 아이 같은 웃음도, 지루할 틈 없는 그의 장난도 다 모두 그리웠다. 그를 내일 만나면 어떤 모습으로 가야할까. 그와 처음 단 둘이 만나던 상수에서의 밤이 떠오른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나갔던 그 날은 적당한 바람과 시원한 공기 속에서도 두 사람의 온기로 따뜻했던 밤이었다.

두 달 간 우리는 얼마나 변했을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오는 그와 일상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며 보낸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덧글

  • 2013/08/23 18:47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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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4 09:23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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