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순간들 먼 북소리

유럽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때때로 영화 같은 순간들과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들은 이미지로, 소리로, 냄새로, 촉감으로, 맛으로 기억된다. 눈을 감으면 조금씩 되살아나는 감각들이 여전히 남아 있을 때 기록해두고 싶었다. 

 

 

속닥속닥 저마다의 삶을 꾸려나가는 작은 시골 마을들을 거쳐가고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 위에서 풍력 발전기가 돌아간다. 자전거를 타고 나무로 가득한 숲을 가로지르며 달렸고 여자친구 클렘과의 즐거운 이야기들을 들떠서 쏟아내는 오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고기며 소세지며 맥주며 잔뜩 사서는 밤이 늦도록 나뭇가지와 라이터를 총동원해서 불을 피우고,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셨다. 밤하늘은 크고 작은 별들로 가득가득하여 모든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시력 마이너스 4로 저 멀리 글자는 보이지 않아도 저 머나먼 하늘의 빛나는 작은 별들은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행복한 순간들에는 늘 감사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촘촘히 박힌 작은 별들이 쏟아져내릴 듯한 하늘을 배경으로 막스의 아코디언과 벤자민의 기타 연주에 맞춰 다함께 춤을 추고 와인과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낭만이 넘실넘실대는 풀밭 위에서 새벽까지 손 잡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춤을 추고 흥얼흥얼 콧노래도 불렀다. 프랑스어는 원래 듣기 좋아했지만 벤자민이 부르는 프랑스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살살 녹을 듯했다. 밤삼킨별에서 공연을 보던 어느 날, 음악과 술만 있다면, 짠! 효정언니와 맥주잔을 부딪히던 순간도 떠오른다. 밤이 늦도록 음악과 자연에 푹 빠져 박수도 치고 머리와 발도 흔들흔들. 음악에 맞춰 다같이 하나가 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믿는 음악의 힘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라는 것에 또 한번 감탄한다. 

 

아직까지도 추운 6월의 늦은 밤 음악에 맞춰 다함께 손 잡았을 때 느껴지던 온기, 달고 진하게 입가를 맴돌던 포르투 와인,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막스의 아코디언과 벤자민의 기타 연주, 추위를 쫓으려 늦게까지 피우던 불 냄새, 세상에 오로지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에게 집중하던 막스와 벤자민, 그리고 그 둘의 연주에 행복해하던 많은 사람들까지. 

 

그렇게 영화 같은 순간의 조각조각들을 눈과 코와 귀와 혀와 손끝이 기억해주고 있다. 유럽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많은 나라들이 간직하고 있는 고유의 문화와 느낌과 분위기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렇게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과 만나 공통점을 발견하고 함께 같이 공유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내게는 이러한 순간들이 영화 같은 순간들이었다. 

이것도 2012년 6월 일기 :) 그리운 시간들! 부산 내려가면 사진들까지 덧붙여서 다시 올려야겠당


덧글

  • 2013/07/30 08: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8/20 11: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7/30 09: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8/20 11: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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